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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적 디자인, 그리고 다음 세대

design   2009/01/26 18:58
월간 디자인에 좋근 글이 실렸길래 옮겨 적습니다.
세대가 바뀌지 않으면, 변화할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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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적 디자인, 그리고 다음 세대

“생태적 디자인 그리고 생태 미학의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면, 당신은개발 요괴다”

지난 몇 년 동안 나는 한국의 건축학자들과 대체적으로 전쟁 상태에 놓여 있는데,
그 핵심은 결국 고층건물을 허용할 것인가의 여부이다.
이 과정에서 내가 깨닫게 된 것은 100층 이상의 고층건물에 대한 한국 건축가들의 믿음은 경제적인 것도 아니고
거의 신앙적이라는 것이다.
나도 쓸 수 있는 카드는 거의 꺼내 사용하였는데, 경제성 평가, 환경성 평가, 교통 영향 평가와 같은 정규전의 무기는 물론,
지하 대수층과 지하 기반 문제 등 구조적 안전 문제, 심지어는 고층 빌딩과 거주자의 심리적 불안전성까지 꺼내 들었었다.
맨 마지막으로 내가 찾아 든 통계는 강남지역 등 고층빌딩과 10대의 자살 비율 사이의 상관관계였는데,
차마 나는 이 통계를 사회에 꺼내놓지는 못했다.
어쨌든 3년 전의 기억을 되돌려보면 거주 건물의 높이가 높아질수록 10대와 40~50대 주부의 우울증 발생 비율이 높아지고,
자살 충동의 비율도 높아진다.
아주 잘 사는 지역의 몇 개 고등학교에서 자살 충동을 느꼈다고 답한 청소년의 비중이 1/3이나 되었다는 아주 충격적인 조사자료를 들고, 이걸 과연 고층빌딩의 부정적 효과로 사용하는 것이 타당한 것인가 아니면 인간적인 것인가라는 질문 앞에 서서 나는 학자적 양심 앞에 심하게 시달렸다.
결국 자료를 덮고 마음속으로 결론을 내렸다.

한국의 건축가들, 특히 관을 위해서 고층빌딩을 위한 논리를 만들고 지지하는 사람들, 이 사람들 인간도 아니다.

인간 아닌 요괴들과는 대화가 불가능한 법. 나는 2005년 즈음 어디에선가 건축가들과 논쟁을 접었다.
그 마음을 조금 푼 것은 두 가지 계기 이후였다.
내가 얘기하는 경제적, 사회적 문제에 대해서 같이 고민해보고 싶다는 건축 관련 단체들에 발제를 몇 번 하게 된 것,
그리고 일본 건축가들과 얘기하게 된 것이 계기였다.
40~50대 한국의 주류 건축가들과 20~30대 건축가들의 마음은 달랐고,
또한 외국의 건축가들 역시 고층빌딩에 대한 반성적 성찰 같은 것을 하는 중이었다.

세대건축보다 조금 더 포괄적인 측면에서 디자인에 대해 생각해보면, 양상은 유사할 것 같다.
내가 현대건설에서 일하던 시절, DfE(Design for Environment)라는 개념을 아파트와 자동차 혹은 전자 제품에 도입하기 위한 계획들을 세운 적이 있었는데, 10년이 지난 지금 그 고민은 ‘생태’가 되는 것이 타당할 것 같다.
물론 내가 이해하기로는 한국에서의 생태 디자인에 대한 고민은 ‘그린 워시(Green Wash)’라고 불리는 녹색의 이미지를 뒤집어쓰기, 즉 요괴적인 의태에 지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우린 그런 시대를 살고 있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자연스럽게 시대는 변화하고 있고, 지금의 40~50대 남성, 도시주의자들과는 전혀 다른 감성을 가진 새로운 세대들이 등장할 것이며, 전 세계적인 흐름도 변화할 것이다. 나도 나이를 조금씩 먹으면서, 맨 앞에서 싸우는 것보다는 이들을 대체할 다음 세대들에게 얘기를 하고, 그들에게 영감을 주는 것들이 더 재미있기 시작한다.

‘생태적 디자인’이란 무엇일까? 그 답은 너무 쉽다. 공존이 가능하며, 생태계에 지나친 부하를 주지 않고, 개발독재 시대의 미적 감각을 순화시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제품이나 주택이나 심지어는 크고 작은 소품들 역시 그러한 디자인의 대상이 될 것이다. 문제는 영혼이다.
개발 요괴의 영혼을 가지고 ‘생태 디자인’을 상상할 수는 없는 것. 그래서 다른 영혼을 가진 다른 세대가 등장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자연스러울 것 같다.
그래도 바람이 한 가지는 있다. 다음 세대들이 등장해서 자연스럽게 패러다임이 바뀌기 전에 지금의 40~50대 주류들이 변화를 끌어나가는 것이 훨씬 빠르고 효과적이라는 점이다.

생태 미학, 이것들은 결국 승리하고 대세가 된다. 그러나 그것이 너무 늦거나 돌이킬 수 없을 다음에 올지 아니면 아직도 국토 생태와 지역 생태를 얘기할 수 있을 때 올지 차이점은 그것밖에 없다.
생태적 디자인 그리고 생태 미학, 사실 그것은 우리 모두의 가슴속에 이미 내재한 것이 아닐까?
그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면, 당신은 개발 요괴이다.

글 : 우석훈 ('88만원 세대' 저자)